프리즈 서울 2025 기간 주요 미술관 전시 소식
마크 브래드포드, 이불, 아드리안 비야르 로하스, 양혜규 등, 프리즈 위크 기간 동안 서울 전역에 개최되는 주요 전시들을 소개한다.
마크 브래드포드, 이불, 아드리안 비야르 로하스, 양혜규 등, 프리즈 위크 기간 동안 서울 전역에 개최되는 주요 전시들을 소개한다.
《마크 브래드포드: Keep Walking》 |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 2025년 8월 7일 – 2026년 1월 4일
마크 브래드포드(Mark Bradford)는 도시의 질감을 미술관 안으로 가져오는 동시에, 예술적 실천을 도시의 심부로 확장시킨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출신 작가인 그는 2017년 베니스 비엔날레 미국관 대표로 참여했으며, 테이트모던 미술관(Tate Modern), 휘트니 미술관(Whitney Museum)과 LA 카운티 미술관(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 등 세계적인 미술관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개최해 왔다. 이번 《Keep Walking》은 브래드포드가 한국에서 여는 첫 개인전으로, 지난 20년간 그의 작업 세계를 담은 회화, 조각,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매체의 작품 20점을 공개한다. 그의 작품은 인종, 젠더, 경제 불평등, 흑인으로서의 경험, 억압과 전위 등의 주제에 주목하며, 이러한 주제들은 전시장 전체를 활용한 설치 작품 〈Spoiled Foot〉(2017), HIV/AIDS에 대한 시선을 담은 다중 매체 작품 〈Pinocchio Is on Fire〉(2010/2015), 관객이 그 위를 걸을 수 있도록 바닥에 펼쳐놓은 회화 〈Float〉(2019/2024) 등에 유기적으로 수놓아져 있다. 특히 2019년 첫 프리즈 로스앤젤레스에서 발표한 대형 작품 〈Life Size〉는 경찰의 바디캠을 형상화한 빌보드 크기의 이미지로, 시간이 흐를수록 그 정치적 함의가 더욱 날카롭게 두드러진다.
《2025 타이틀 매치: 장영혜중공업 vs. 홍진훤》 |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 2025년 8월 14일 – 11월 2일
올해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의 연례 전시 시리즈 ‘타이틀 매치’에서는, 불확실하고 과잉된 미디어 환경 속에서 정치적 ‘행동’에 대한 질문에 천착하는 두 명의 한국 작가가 맞붙는다. 이번 라운드에는 지난 25년간 인터넷 아트와 정보의 유동성을 텍스트와 영상 작업으로 기록해 온 장영혜중공업, 그리고 ‘Stay home, save lives!(집에 머물러라. 생명을 지켜라.)’와 같은 준정보적 슬로건을 통해 사진과 디지털 이미지에 내재된 권력 구조를 다루는 홍진훤이 참전한다. 승부를 쉽게 가늠할 수 없는 팽팽한 접전이 예상된다.
《배윤환: 딥 다이버》 | 스페이스K | 2025년 8월 14일 – 11월 9일
(아래서 논하게 될) ‘재현으로의 회귀’를 구현하는 대표적인 작가로 배윤환을 꼽을 수 있다. 그는 회화, 드로잉,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개인적이고도 전 지구적인 문제들을 탐색해 왔다. 공동체의 붕괴, 재난, 전쟁 등 어두운 주제를 비유와 우화를 통해 다루는 데 주저함이 없는 그가 이번 개인전 《딥 다이버》에서 ‘검은색’을 주조로 한 새로운 전환을 시도한다. 작가는 “이 어둠은 공허가 아닌 깊은 사유의 공간”이라고 설명하며, 색채를 거세한 화면을 통해 관객의 시선을 내부로 돌리게끔 유도한다. 그 과정은 마치 심연을 향해 잠수하는 다이버를 연상케 한다.
《양혜규: 얇은 도약의 나날들》 | 토토빌딩 | 2025년 8월 15일 – 9월 7일
흥미롭고, 흥미롭게도 짧은 양혜규 작가의 단기 전시 《얇은 도약의 나날들》은 종로에 위치한 작가의 옛 작업실에서 개최된다. 2024년 런던 Hayward Gallery에서 열린 대규모 개인전 《윤년》의 연장선상에 위치한 이 전시는, 2021년 처음 선보인 연작 〈황홀망恍惚網〉을 중심으로, 신작 조각 작품들과 출판물이 함께 소개될 예정이다. 〈황홀망〉은 다양한 문화권의 제의적 의례와 더불어 종이의 다양한 활용 방식에 특별히 주목한 작업으로,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재료인 한지가 무속을 비롯한 여러 전통 의례에도 등장하는 점에 착안했다. 이러한 한지의 성질은 이번 전시에서 공간 자체로 확장된다. 마치 무속적 변신을 거친 듯, 작가의 작업실은 오랜 시간 축적된 기억과 창작의 층위를 고이 접어 올린 3차원의 한지 작업으로 변모한다.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187 토토빌딩 3층
《파노라마》 | 송은 | 2025년 8월 22일 – 10월 16일
본 전시는 ‘한국작가 해외진출(Korean Artists Today)’ 사업 선정 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 한국 미술의 역동적인 지형도를 조망한다. 매체와 주제 측면에서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파노라마》 전시는 이주, 가상현실, 사회적 불안 등 글로벌 이슈들이 한국 문화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에서 비춘다. 프리즈 아티스트 어워드 2024 수상자인 최고은처럼 도시 공간을 적극적으로 탐색하는 작업부터, 사회적 고립의 감각을 조형 언어로 풀어내는 김민애, 아프리카와 아시아 청년 사이의 문화 교류를 상상하는 최원준의 내러티브적 작업과 같이 개념적인 접근을 취하는 다양한 예술적 실천들이 각각 고유한 미학적 어법을 통해 오늘날의 현실을 드러낸다. 또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존재인 ‘미륵’을 주제로 독창적인 시각적 언어를 구축한 자칭 시각 연구 밴드 이끼바위쿠르르의 작업은, 전시장 내 상징적인 지하 공간에서 놓칠 수 없는 볼거리를 제공한다.
《형상 회로: 1978 동아미술제와 그 시대》 | 일민미술관 | 2025년 8월 22일 – 10월 26일
1978년부터 2005년까지 매년 개최되었던 동아미술제는 회화나 조각뿐만 아니라 공예, 서예, 사진, 전각 등 다양한 분야의 신진 작가들을 시상하며 한국 현대미술의 등용문 역할을 해왔다. 《형상 회로: 1978 동아미술제와 그 시대》는 이처럼 다소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미술제 형식에서 출발하여, 동시대 한국 미술의 리얼리즘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해 온 ‘재현으로의 회귀’를 탐구한다. 개념미술에 결여된 문화적 특수성에 대한 반작용으로, 21세기의 한국 회화는 재현으로 회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흐름은 디지털 이미지의 범람과 인공지능이 초래한 비인격화의 위협 속에서 다시금 부상하고 있다.
제13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강령: 영혼의 기술》 | 서울시립미술관 | 2025년 8월 26일 – 11월 23일
동시대의 불안에 대한 대안적 응답을 탐색하는 기획전 《강령: 영혼의 기술》은 신비주의, 오컬트, 애니미즘 등 영적 경험이 동시대 미술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한다. 예술감독 안톤 비도클(Anton Vidokle)과 두 명의 큐레이터 할리 에어스(Hallie Ayres), 루카스 브라시스키스(Lukas Brasiskis)가 기획한 본 전시는 19세기부터 오늘날까지 이르는 49명의 작가들을 조명한다. 참여 작가에는 조지아나 휴튼(Georgiana Houghton), 힐마 아프 클린트(Hilma af Klint), 백남준, 요셉 보이스(Joseph Beuys), 그리고 실험 영화의 선구자인 마야 데렌(Maya Deren)과 조던 벨슨(Jordan Belson) 등이 포함된다. 동시대와의 접점을 중요시하는 기획진은, “최근 많은 예술가들이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새로운 방식을 모색하고 있으며, 이는 현재 위기에 봉착한 기존 체계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비엔날레는 서울 전역의 여러 장소에서 개최되며, 신작 커미션과 더불어 영화 및 퍼포먼스 프로그램도 선보일 예정이다.
《김수자: 호흡—선혜원》 | 선혜원 (포도뮤지엄 주최) | 2025년 9월 3일 – 10월 19일
한국을 대표하는 개념미술가 김수자는 서울에 위치한 전통 한옥 선혜원을 장소특정적 설치 작품 〈호흡 – 별자리〉로 채운다. 이 작품은 현재 암스테르담 구교회에서 11월 9일까지 전시 중인 〈호흡 – 모쿰〉과 짝을 이루며, 두 작품 모두 김수자의 대표 모티프인 ‘보따리’를 중심에 둔다. 지역 주민들이 기증한 옷가지로 만든 보따리는 한국의 전통 보자기에서 유래해 이동과 경계, 도착과 출발의 의미를 담아 사람들이 ‘지닌 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작가는 “물과 공기 같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 물과 공기는 소유할 수 없지만, 모두와 나눌 수는 있다.”고 말한다. 대구 출생의 김수자는 파리의 Bourse de Commerce와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2013년 제55회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한국관 작가로 참여한 바 있다. 이번 전시는 그간 대형 미술관과 국제무대에서 주로 선보였던 김수자의 작업을 한옥이라는 밀도 높은 공간에서 경험할 수 있는 드문 기회다.
《이불: 1998년 이후》 | 리움미술관 | 2025년 9월 4일 – 2026년 1월 4일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이불의 국제 순회 전시가 서울에서 시작된다. 이불은 ‘사이보그’ 정체성과 ‘포스트휴먼’이라는 개념에 대한 선구적인 탐구로 주목받아왔으며, 이번 대규모 서베이 전시는 작가가 1990년대부터 조각, 설치, 퍼포먼스, 회화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펼쳐온 독자적 비전을 집약한다. 리움미술관과 홍콩 M+미술관이 공동 기획한 이 전시에서는 인간과 기술의 관계, 유토피아적 모더니티, 인류의 진보주의적 열망과 실패에 대한 탐구까지 아우르는 작가의 방대한 작업 세계의 면면을 다룰 예정이다.
《아드리안 비야르 로하스: 적군의 언어》 | 아트선재센터 | 2025년 9월 3일 – 2026년 2월 8일
아르헨티나 출생의 아드리안 비야르 로하스(Adrián Villar Rojas)는 지역의 역사와 맥락과 상응하는 대규모의 장소 특정적 설치 작업으로 알려진 노마딕 아티스트이다. 그의 한국 첫 개인전에서는 아트선재센터의 건축 자체를 하나의 ‘조각적 몸체’로 삼아 공간에 개입한다. 이를 통해 관람객이 전시 공간과 그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낯설고도 새로운 방식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러한 로하스만의 예술적 접근은 대표적으로 런던의 서펜타인 갤러리(Serpentine Galleries), 뉴욕의 하이라인 갤러리(High Line),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MoCA), 메트로폴리탄 미술관(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마리안 굿맨 갤러리(Marian Goodman Gallery), 쿠리만수토(Kurimanzutto)와 뉴욕현대미술관 PS1(MoMA PS1)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서 전개한 바 있는 만큼, 놓칠 수 없는 광경일 것이다.